6살 사교육? 반응없는 엄마의 이유

6살 사교육 도연이가 그린 가을 허수아비

“초등학교 가기 전엔 학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에요. 보낸다면 태권도 정도?”

“아… 그렇구나”

상대방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더 이상 물어볼 게 없다는 얼굴 표정과 말투. 그렇게 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긍하는 척 고개를 끄덕인다. 나와 다르게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게 많은 친한 지인이 신기해서 언젠가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왜 그렇게 이것저것 시키고 싶은 거야?”

“다양하게 접해 봐야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잖아. 그래야 나중에 그걸 키워주지! 그리고 애가 다 배우고 싶어 해”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며 맞장구를 쳤지만 속으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호기심이 왕성해 관심분야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6살 아이들인데 학원에 다니는 것만으로 아이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학원을 보내는 거라면 지금 이 나이에는 엄마와 다양한 놀이를 하고 새로운 곳에 가보는 걸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교육에 관해서는 엄마의 기준이 뚜렷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에 팔랑귀가 되어 보내도 불안하고 보내지 않아도 불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내 상황에 맞게, 아이의 상황에 맞게 그리고 내가 세운 기준에 따라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킬 때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지인처럼 본인의 기준에 따라 6살부터 사교육을 시작하는 거라면 문제 될 건 없겠다.

내년에 6살이 되는 도연이는 어떨까? 어떤 사교육도 하고 있지 않으며 당분간은 시킬 생각도 없다. 유치원과 내가 해 주는 활동만으로 충분히 만족해하며 발달 단계에 맞게 잘 크고 있다. 한글은 이미 읽을 줄 알고 완벽하진 않지만 쓸 줄 안다. 미술도 이 정도면 나이치고 잘 그리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변에 사교육을 시키는 엄마들이 많아 갈팡질팡 고민하는 엄마라면 내 글이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엄마표 놀이 활동 팁도 얻어 갈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

6살 사교육 뽕 뽑기엔 아까운 나이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단순히 아이의 재미와 경험을 위해 보내는 거라면 찬성한다. 아이가 다니길 원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반대로 학원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란다면? 6살이란 나이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맘카페를 살펴보면 6살에 수영이나 피아노, 미술을 시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엄마들의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분야의 선생님들이 말하기를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고려하면 6살은 인풋 대비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 나이라고 한다. 7살이 되어 배우면 3개월에 끝낼 수 있는 내용을 길게는 1년에 걸쳐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피아노는 한글을 잘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배우는 게 좋다고 한다. 수영도 몸을 어느 정도 잘 쓰고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졌을 때 배우면 더 빨리 익힌다고 한다.

미술은 어떨까? 미술을 보내면 아이의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되겠지, 감성에 좋겠지, 소근육이 발달되겠지 등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갖기보다 내가 해주지 못하는 활동을 대신해 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보내는 게 좋은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는 정말 드물다. 아이에게 기대감을 갖지 말고 ‘놀이’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보내면 엄마 마음도 편해진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남편만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하자.

6살 사교육 아이의 스케줄과 역량을 고려

내가 도연이를 아직 학원에 보낼 생각이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다. 유치원에서 하원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5시, 이미 녹초가 되어있다. 특히 주 후반이 되면 피로가 쌓여 다크서클이 내려오고 집에 돌아와 연신 하품을 한다. 아직 체력적으로 유치원 스케줄을 소화하기에 벅찬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학원까지 다닌다면, 360일 감기를 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종종 도연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때마다 난 조금 더 커서 도연이가 유치원 일정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때 보내주겠다고 대답한다.

물론 유치원 하원을 조금 일찍 시키고 학원에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위에서 말한 내 지인도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나한텐 아직 이렇게까지 할 열정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다. 아직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하원 후 놀이터에서 실컷 놀 계획이다!

6살 학원대신 엄마표 활동으로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진 엄마인 내가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겠지만)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한글은 물론 영어와 미술, 수학도 마찬가지다.

  • 영어 : 매일 저녁 유튜브 영상을 한 시간씩 보고 있다. 놀이를 할 때도 배경 음악으로 항상 틀어두는 편이다. 한글 영상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할 땐 영어 영상 시청 후 마지막에 10분 정도 보여준다. 요즘 보고 있는 건 까이유, 베베핑, 슈퍼심플송, 더 싱잉 월루스, 베이비 버스 정도다. 영어 영상을 이렇게 노출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스토리가 있는 영상은 보기 힘들어하는 느낌이다. 이해도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영어책도 도연이가 가지고 오면 함께 읽는다. 에릭칼 책을 너무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다.
  • 미술 : 블로그, 책등을 열심히 찾아서 할만하겠다 싶은 미술 활동은 캡처해 둔다. 두부, 월남쌈, 국수 등 치우기 번거롭게 않은 촉감놀이나 계절에 어울리는 그림 그리기, 데칼코마니 등도 자주 한다. 요즘엔 동화책을 읽고 거기에 나온 장면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그려보기도 한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시시소소 미술 키트와 2024년 달력 만들기를 할 계획이다 🙂 도준이를 위한 코인티슈 놀이, 계란판을 이용한 화산 폭발 놀이 등도 생각하고 있다. 종이접기도 좋다. 종종 집에서 미술을 해 준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미술놀이는 번거로운 거다. 아이를 위해 그 과정까지 즐길 수밖에 없다. 뭐라도 하며 시간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 수학과 과학 : 수학은 집에서 수학동화를 읽으며 숫자와 도형, 수 세기, 구분 등에 익숙해지도록 노력 중이다. 아직까진 이과보다 문과적인 머리가 돋보이는 도연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조금씩 노출하고 있다. 웅진 꼬마 어린이 수학동화를 중고로 들였는데 도연이는 아주 재밌게 잘 보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수학 학습지를 사서 숫자 쓰는 연습을 시작할 계획이다. 과학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서점에 가서 엄마표 과학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놀이처럼 과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엄마표 한글이나 미술 활동은 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수학은 좀처럼 생각나질 않았다. 그때 참고했던 영상이다. 4-6세 아이에게 수개념을 잡아주기 위해 고민 중인 엄마들에게 추천한다.

돈 안 드는 최고의 교육은 가족과의 시간

6살 교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의 화합’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만드는 데 음식의 영양분이 기초인 것처럼 아이의 단단한 마음을 만드는 근본은 바로 ‘가족의 화목함’이지 않을까? 하원 후 아이가 원하는 놀이로 충분히 놀아주는 것, 식탁에 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 것, 잠들기 전 책 몇 권을 읽어주는 것,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반가운 얼굴로 부비부비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등 별거 없는 일상이지만 이것이 주는 힘은 결코 작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

내가 엄마표 놀이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거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며 이야기하고 웃는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아빠와 함께 하는 몸 놀이, 역할 놀이도 빼놓지 않는다. 남자라서 나와 머리 구조가 아예 다르다. 아빠와 함께 놀 때 아이의 창의력이 발달된다는 이야기도 여기에서 나온 것 같다. 나조차 신기하다고 느낄 때가 있으니까 🙂

지금 마음으로는 도연이가 원한다면 7살이 되었을 때 예체능 하나 정도 시작하고 싶다. 그때까진 내가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 정보를 모으고 엄마표 활동을 열심히 해 주려고 한다. 체육활동도 아이랑 집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유튜브에 아이 홈트, 아이 요가, 키즈 홈트 등으로 검색하면 잘 나온다. 사교육 아낀 돈으로 나중에 정말 도연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유용하게 쓸 생각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께 붕어빵 틀로 붕어빵을 만들 계획이다. 쿠팡에서 아이용 요리칼도 구매했으니, 방학 때 카레도 함께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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