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미술학원 엄마가 선생님이라면

6살 미술학원 엄마표미술

“미술학원에 보낼 돈이 없어서 내가 해주는 거야… 웃프다 :)”

남편이 이 이야기를 본다면, 또 시작이라며 혀를 차겠지만 사실인 걸 어쩌나. 정확히는 돈이 없다기보다 5, 6살 때부터 사교육에 돈을 쓸 여유가 없다고 해야 맞겠다. 외벌이인 우리는 돈이 나오는 구멍이 정해져 있다. 고정지출 외에 다른 항목이 생기면 다른 곳에서 그만큼 아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아이들과 맛있는 거 먹고, 노는 데 돈을 쓰기에도 빠듯하다.

혹시나 여기까지 읽고 날 너무 처량하게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은 접어두시길… 학원에 보내지 않는 절반의 이유가 또 남아있으니 말이다 🙂 학원에 쓸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고 해도 난 아마 엄마표 미술을 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학교 입학 전 사교육에 아이의 시간을 투자하는 건 내 가치관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주의다. 실력보다 정서를 길러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원 후 집에서 엄마와 함께 꽁냥꽁냥 거리며 보내는 그 시간이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자라나게 한다고 믿는다.

‘너’라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너라서 해 주는 거야. 나는 못해”

물론 사람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 내가 아는 지인은 아이의 영어, 수학 교육에 진심이라 매일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 ‘예체능은 학원에 맡길 거야’라는 생각이다. 애초에 가치관 자체가 다르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도 예체능은 학원에, 영어와 수학, 과학은 엄마표로 진행하겠다는 주의다. 반면 난 영어, 수학을 포함해 미술까지 엄마표로 아이들과 함께 할 계획이다. 지인에 비해 분야가 넓으니 그 깊이는 얕겠지만, 학교 입학 전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즉 내가 엄마표 미술을 하는 이유가 해당 분야에 자신이 있어서, 혹은 남들에 비해 월등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단지 경제적인 상황 + 입학 전 사교육에 대한 내 가치관 때문인 거다. 이유가 분명하고 내 기준이 확실하면 행동하게 된다. 싫은 것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게 되더라.

아무런 일정도 없는 주말을 앞두면 아이들이랑 집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며칠 전부터 고민한다. 주말에는 든든한 조력자(라고 부르고 남편)가 있으니 평일보다 번거롭거나 체력을 요구하는 놀이를 계획하는 편이다.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을 놀이를 스크랩 해 두면 편하다. 5살 엄마표 미술, 6살 엄마표 미술 등의 키워드로 SNS를 검색하고 괜찮다 싶은 것들은 메모해 둔다. 무의미하게 인터넷 창을 키고 연예뉴스를 볼 시간에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다. 이게 비법이라면 비법일까?

6살 미술학원 대신 이거면 충분하지 뭐

그동안 내가 해본 것들 중 괜찮은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저지레를 많이 해서 엄마의 속을 시끄럽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꾹 참고 같이 저지레를 해보면 어떨까? 도도남매의 경우 나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 정리를 하는 시간에 보채지 않고 스스로 놀면서 잘 기다려준다. 꼭 욕구충족이 된듯이 말이다. ‘이러면 어떻게 치우지’라는 생각을 해도 해결되는 건 없으니 아이와 함께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

플레이콘

6살 미술학원 꽃모양 플레이콘

물티슈에 살짝만 묻혀도 스케치북에 붙어서 아이가 사용하기에 편하다. 플레이콘끼리도 잘 붙어서 애벌레, 꽃, 나무 등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어리다면 원기둥 모양의 플레이콘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물고기, 동물, 꽃 등의 도안을 활용해 붙여볼 수도 있다.

6살이 된 도연이에겐 꽃 모양의 플레이콘을 사줬다. 아빠가 그린 벚꽃나무에 플레이콘을 붙여보고 도연이가 그린 열기구에 붙여보기도 했다. 내가 케이크를 그리니 호기심을 가지며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플레이콘은 본인이 붙이겠다고 하더라 🙂 플레이콘만으로도 입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니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소품이다.

베이킹소다 + 로션 조합으로 인공눈 만들기

도준이가 제법 커서 ‘저지레를 덜 하겠다’라는 판단이 들어 시작하게 된 인공눈 만들기. 생각보다 베이킹 소다와 로션이 많이 필요했다. 놀다보니 로션향때문에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해 보실 예정이라면 꼭! 무향이거나 향이 적은 로션을 사용하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로션을 충분히 사용하면 손에 묻지 않는 모래처럼 잘 뭉쳐져서 놀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만약 로션을 적게 쓰면 집안에 가루날림이 있다는 점 알아두시면 좋겠다. 모래와 촉감은 비슷하지만 하얀색이라서 눈처럼 느껴졌다. 틀로 찍어보기도 하고 하나로 뭉쳐보기도 하고 두껍아 두껍아 노래를 부르며 나름 재밌게 놀았다. 사용 후에는 통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재사용할 수 있다. 다음엔 식용색소를 넣어 알록달록 눈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코인티슈 스포이드 물감놀이

6살 미술학원 코인티슈 물감놀이

엄마표 미술의 기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이가 어릴 땐 스포이드를 사용해 코인티슈 위에 물감을 뿌리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낀다. 스포이드가 어렵다면 약병을 활용해도 괜찮다. 아이가 스스로 물양을 조절하며 소근육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부풀어 오르는 코인티슈를 보며 아이는 즐거워한다. 나중에는 물감을 다 뿌린 코인티슈를 펼쳐서 어떤 색깔과 모양으로 물 들었는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다.

엄마가 미리 도안을 그려두면 더 재미있다. 사자의 갈기, 기린이 먹는 나무, 양의 복슬복슬한 털을 코인티슈를 사용해 입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코인티슈 놀이에 에바 알머슨을 빼놓을 수 없겠다. 물감을 뿌린 코인티슈만으로도 꽤 그럴싸한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 + 식초를 활용한 화산폭발놀이

계란판을 활용해 화산폭발 놀이를 할 수 있다. 계란판 하나하나에 베이킹 소다를 넣는다. 그 위에 원하는 색의 물감을 콕콕 짜넣은 후 식초 혹은 따뜻한 물에 푼 구연산을 뿌린다. 화학반응을 일으켜 부글부글 기포가 올라오는데 이게 바로 이산화탄소다. 꼭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여 화산폭발 놀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집에 있는 공룡 혹은 동물 피규어를 사용해 놀아도 재미있다. 혹은 계란판에 베이킹 소다를 넣기 전 알록달록 색을 칠하는 활동을 해 봐도 좋다. 베이킹 소다 + 식초를 쓸 경우 시큼한 냄새가 생각보다 많이 나서 환기는 필수다.

휴지심, 빨대를 활용한 물감놀이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하지 않는 집은 없을 테니 휴지심은 그만큼 쉽게 구할 수 있는 미술재료라고 생각한다. 빨대는 카페에 갔을 때 한두 개 챙겨오면 된다.내 경우 빨대는 쿠팡에서 큰 용량으로 주문해서 미술놀이를 할 때 종종 사용한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 때나 두부 촉감놀이, 모래놀이를 할 때 함께 사용하면 놀이를 확장할 수 있다.

먼저 휴지심, 빨대 모두 아랫부분을 문어다리 모양처럼 펼쳐지도록 가위로 잘라준다. 여러 개 있다면 간격을 다르게 해서 잘라주면 좋다. 그리고 자른 부분에 물감을 묻혀 스케치북에 찍어주면 된다. 흡사 불꽃놀이 모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활짝 핀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여러 겹 겹쳐서 찍어주면 훨씬 예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다면 그냥 찍는 것보다 주제를 정해서 활동하면 좋다. 바닷속, 노을 진 하늘 표현 등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찍으면 꽤 그럴듯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사용하는 종이도 일반 스케치북, 펠트지, 캔버스 등 변화를 주면 색다른 그림이 나와서 재미있다.


정말 집에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몇 가지 엄마표 미술에 대해 소개했다. 누군가는 ‘이미 다 해 봤는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같은 활동이라도 아이들이 나이에 따라 보여주는 결과물은 다르다. 그림을 보며 6개월 혹은 1년 사이에 아이가 훅 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지켜보는 엄마로서 참 뿌듯하고 재미있다 🙂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표 미술에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 나도 도연이가 6살 후반 정도 되면 내 실력으로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럴 때도 학원을 선택하기 전에 우선 엄마표 미술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 요즘 시시소소, 타다박스, 민화샵 등 미술놀이 키트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졌다. 혹은 유튜브에 6살 미술놀이를 검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래는 최근에 알게 된 미술 선생님 계정인데 따라하기 쉬우면서도 아이들이 흥미있어 할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집에서 어떤 놀이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전분 슬라임 놀이를 함께 하려고 생각 중이다. 뭐든 엄마가 준비한 건 재미있게 즐겨주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아이들 역시 뭘 하고 노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오직 지금 뿐인 시간을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해 엄마인 난 오늘도 즐겁게 고민한다!

1 Comments

  1. 또 시작이다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생각의 꼬리는 자를 수 없지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