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한글공부 남들이 뭐라하든 내 방식대로

5살한글공부 산타할아버지에게 쓴 카드

“다운아, 그럼 너는 지금 아이들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저요? 음… 책 많이 읽고 엄마랑 많이 놀고 뭐 그런 거요?”

“아… 그렇구나”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난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철부지 엄마가 되어버렸다. 아이들 교육에 관해서는 할 말이 가득했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 뭐부터 말해야 좋을지 몰라 버벅거렸다. 그러다 보니 결국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지극히 FM스러운 대답을 하고 말았다. 이런 대답을 바라고 나한테 질문한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언니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두고두고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가 블로그를 대나무숲으로 삼기로 했다. 누굴 욕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 다하지 못했던 내 생각을 여기에 끄적여야지.

5살 도연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아직 사교육에 급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5살에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도 없지만. 만약 여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 돈은 사교육에 쓰지 않고 주말에 놀러 가는 비용으로 사용했을 거다.

5살 한글공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한글 공부 어떻게 시켜요?”

“학원 뭐 보내요?”

“6살 되면 태권도나 축구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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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까놓고 얘기해서 도연이는 이미 한글을 읽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쓰고 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레 한글을 깨우쳤고 쓰기에 관심이 생겼다. 도연이가 한창 피카츄에 빠져있던 올해 가을, 서점에 갔을 때 피카츄 한글 쓰기를 사달라고 하길래 사줬다. 피카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두 읽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법 잘 따라썼고 읽길래 나도 놀랐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체감했다. 그런데 지인들에게 이걸 이야기해서 무엇할까. 우리 딸 자랑밖에 되지 않으니 그냥 입다물고 있을 수밖에. 그리고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5살부터 한글 공부에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만 떼면 되니 절대 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5살 한글공부 패드 학습지? 글쎄요…

5명 모임 멤버 중 나만 빼고 다들 윙*, 밀크* 등의 패드 학습지를 시키고 있다. 한글, 영어, 수학 공부는 물론 유튜브를 보게 할 바에야 패드를 보게 하는 게 학습적으로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한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학습을 위한 패드이니 무분별한 유튜브에 노출되는 것보다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학습지를 시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시킬 계획이 없는 이유는 뭘까?

AI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본인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과 문해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손글씨 쓰기와 무슨 상관이 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능력들의 기초가 되는 게 바로 손글씨인 것 같다. 공책 세대를 거쳐온 성인들조차 손으로 글을 쓰라고 하면 막막할 때가 있다. 금세 손이 아파오고 와다다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에 비해 좀처럼 속도가 나지를 않아 답답하다. 틀리지 않으려면 심사숙고해서 글을 써야 한다. 디지털 기계를 활용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는 건 집중력과 엉덩이 힘을 기르는 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손으로 연필을 쥐는 건 손의 힘을 기르고 소근육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손글씨 쓰기에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도 마음껏 색칠 공부를 하고 가위로 오리고, 그림을 그리고 낙서할 수 있도록 색연필과 색종이, 캐릭터 그림, 테이프를 제공하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커서 본인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무수한 정보 중 필요한 것들을 쏙쏙 뽑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알맞은 단어를 사용해 이해하기 쉬운 글로 나타내야 한다. 여기에 집중력과 끈기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읽는 것보다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 더 많은 내용이 머리에 입력되듯이 손으로 글씨를 쓰고 소리내어 글을 읽을 때 문해력은 향상된다.

2025년에는 초등 고학년의 교과목록 중 3과목의 종이 교과서가 디지털로 대체된다고 한다. 도연이가 8살이 되는 해는 2026년, 도준이는 2029년이다. 그땐 아마 대부분의 교과서가 디지털로 대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거다. 어차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핸드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계를 가까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5-7세 기간 동안엔 되도록 그 반대의 방식을 선택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만약 아이가 6살 후반이 될 때까지 한글에 흥미가 없다면 일정 기간 패드 학습지의 도움을 받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에 흥미를 갖고 어느 정도 익혔다면 거기에서 멈추기를 권한다. 1년 이상의 기간을 패드 학습지에 의존하는 건 어떨까 싶다. 개념을 잡아주기에는 좋지만 학습의 ‘재미’에만 치중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금방 싫증을 내거나 힘들다는 인식을 쉽게 가질 수도 있다. 엉덩이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거다.

누군가는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아 기간, 특히나 5살 한글공부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서점에서 아이와 함께 한글 학습지를 골라 시작하면 생각보다 할만하다. EBS 한글 용사 아이야는 성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 🙂

그리고 실제로 엄마표 한글공부를 준비하며 도움을 받은 영상을 첨부한다. 패드 학습지에 한글공부를 의지하고 있거나 어떻게 엄마표 한글을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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