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미술학원 내 아이만 뒤쳐질까봐 불안한 엄마

5살 미술학원_6살이 되어 그린 가족사진

“엄마 진짜 그림 잘 그린다!”

38살 아이 둘 엄마가 되어서야 하얀 스케치북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릴 때 난 미술을 정말 싫어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남에게 들키는 게 싫었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연필을 움직였다. 친구들의 그림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도 매번 미술은 나에게 큰 산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창의력이 부족한 나에게 미술은 좋은 핑계였다.

“나 창의력 진짜 부족해. 그래서 학교다닐 때 미술 진짜 못 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30년 동안 고수했던 이 생각이 아이를 키우며 조금 바뀌었다. 물론 아직도 미술이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건 동의한다. 단 ‘미술을 잘하면 창의력도 좋다”창의력을 발전시키려면 미술 학원은 필수다’라는 단순한 공식은 지워버렸다.

아이가 5살 혹은 6살 정도가 되면 미술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워킹맘이라, 소근육 발달을 위해, 다양한 활동, 아이의 흥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다. 하지만 만약 미술학원에 보내는 이유가 단지 ‘창의력이 없기 때문에”미술 실력 좀 키워주고 싶어서’라면 한 번 더 깊게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정도 이유라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진 충분히 엄마표로도 케어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연이를 보니 5살 후반이 되자 그림 실력이 확 늘더라. 미술학원은 당연히 다니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5살 미술학원 유치원에서 그만 좀 가져와.

“아이들이 참 신기한게요 어머니. 학기 초, 상반기에는 색칠놀이만 막 하다가 하반기에 들어서면 단순한 색칠을 넘어서 그림을 그리고 뭔가 형태가 있는 걸 만들어요.”

9월 2학기 상담 때 도연이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도연이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주구장창 색칠놀이만 해서 집에 가져왔다. 캐치 티니핑, 엄마 까투리, 시크릿쥬쥬, 포켓몬, 폴리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5살 미술학원_캐릭터 색칠놀이

처음엔 한두 가지의 색깔을 사용해 빈틈 있게, 얼렁뚱땅 색칠했다. 시간이 지나며 테두리 선을 넘어가지 않고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게 색칠을 했다. 그리고 그 후엔 하나의 그림에 5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참 신기했다. 오늘은 어떤 그림을 색칠해 올지 기대도 됐다. 도연이가 선물이라며 나에게 줄 때마다 변화를 콕 집어가며 칭찬해 줬다.

“우와 도연아. 하츄핑이 알록달록하네? 정말 다양한 색깔을 사용했구나. 예쁘다!”

“이렇게 꼼꼼하게 칠했어? 우리 도연이 정말 섬세하구나”

이렇게 칭찬을 하면 도연이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막 이야기한다. 친구는 무슨 색을 사용했다, 하츄핑은 원래 그런 색이다, 내일은 무슨 그림을 색칠해 올게 등등.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색칠놀이를 한 종이 뒷면에 본인만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종이 여러 장을 사용해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 편지, 지갑, 장갑, 부채, 거울 등등. 때로는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 와서 흠칫 놀랄 때도 있었다. 사람의 형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동그라미 세모 조합에서 정교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걸 보며 감탄했다.

5살 미술학원_유치원에서 가져온 도연이 작품들

“엄마 이건 행복의 지갑이야. 이 안에는 행복이 가득 차 있어. 내가 없을 때 테이프로 만든 이 버튼을 누르면 날 생각할 수 있을 거야”

“친구 생일이라서 내가 김밥을 만들어서 선물해 줬어 :)”

지금도 도연이 지퍼백 안에는 도연이의 작품이 가득하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라면 ‘이거 이제 버리지 왜 다 모으고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고 소중한 ‘작품’인 것이다. 만약 도연이처럼 유치원에서 충분히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어 온다면 적어도 지금은 창의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충분히 미술 활동을 하는지 체크해 보길 추천한다.

5살 미술학원 그래도 보내고 싶어요.

유치원에서 충분히 활동을 하고 오더라도 어딘가 ‘부족함’을 느끼는 부모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워킹맘이라서 엄마표 미술활동을 해주지 못하거나 집에서 해 줄 자신이 부족한 사람 등이 그렇다. 학원에 보내는 일이야 엄마의 자유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상 시간이 흐르면 결과를 바라고 욕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5살 혹은 6살의 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내는 엄마들이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주변 선배맘들과 몇몇 맘카페, 그리고 내 의견을 종합했다.

온전한 작품을 기대하지 말자.

: 아직 연필도 제대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이왕 보낼 거라면 창의력 미술 쪽으로 알아보는 걸 추천한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감각을 키우고 어떤 결과물이 나와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어떤 공부든 재미가 있어야 쭉 배울 수 있듯이 5, 6살 때는 ‘재미 위주’의 미술 수업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이미 보내고 있는 곳이 창의력 미술이 아니어도 걱정할 건 없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고 선생님의 그림을 보며 모방을 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자.

: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더라도 성향상 자율성이 없는 수업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본인이 그리고 싶은 걸 그려야 만족하는데 학원의 특성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은 좋아하는데 학원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해 보는 게 좋다.

창의력이 미술만으로 생기는 건 아니다.

: 미술학원에 보낸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창의력이 발달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것 같다. 소근육 발달에 관해서도 그렇다. 책을 읽는 것, 부모와 대화하는 것, 밖에서 자연과 함께 노는 것, 다양한 장소에 방문하는 것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경험들이 모여 아이의 창의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간과한 채 미술학원에만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유치원 시기 미술교육을 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아래의 영상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이 영상을 보고 ‘내가 틀린 방법을 취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5살, 6살 사교육이 꽃피는 시기?

6살은 예체능 사교육이 꽃이 피는 시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공부에 직결되는 사교육이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아이가 원했을 경우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어느 전문가는 아이가 세 번 이상 부모에게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요청했을 때 시작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너무 어려서 아이의 말이 자주 바뀐다면 체험 수업을 받아보거나 우선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학원에 다니는 중 아이의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보이면 그만두는 게 좋다.

미술을 포함해 6살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갖는 엄마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엄마와 함께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아이는 성장하고 있을 거다. 아이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 그 고민은 멈추고 아이와 즐거운 추억을 쌓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 보기를 바란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가 집에서 도연이와 함께 하고 있는 엄마표 미술놀이를 소개할 계획이다. 집에서 어떤 미술놀이를 해줘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1 Comments

  1. 어린이집 연장반 하면 알아서 작품을 만들어오더라고요 ㅋㅋㅋㅋ 저는 기관을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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