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6살되서 미술학원 다닌데 , 누구는 태권도 다닌다는데?
2024년 새해가 밝아오니 내 마음도 리셋된 걸까. 굳게 믿었던 마음에 흔들림이 잠시 생겼다. 도연이는 이제 6살. 그런데 마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이라도 한 듯 내 마음은 조급해졌다. 한글을 읽기만 하지 말고 잘 써야지, 수를 100까지 쓸 줄 알아야지, 시계를 볼 줄 알아야지, 달력도 읽어야지 등등 못하는 것들에 초점이 맞춰지니 불안함이 생겼다. 심지어 요즘 방송하는 ‘티쳐스’에 재미를 붙여 아직 도연이에게 멀기만 한 입시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학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입시는 왜 생각하는 건지…
아마 6살 아이를 둔 부모 중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유치원 하원 후 학원에 보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한다는 건 뭔지 모를 조급함이 생겼다는 증거일 테니까.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한다면 예외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내 마음을 점검했다. 차분히 생각해보니 잠시 요동쳤던 내 마음이 다시 고요해진 듯하다.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한글, 영어, 수학이 아니다. 단단한 내면, 즉 튼튼한 정서지능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전의 시기는 아이의 내면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서지능만 잘 갖춰진다면 굳이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엄마의 조력으로도 충분히 나이에 맞게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스스로 해야 하는 동기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이런 내 가치관을 토대로 3월부터 시작하는 6살 도연이의 하원후 일상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 이야기가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
Table of Contents
하원후 놀이에 정서지능 더하기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인기가 많건 적건,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을 막론하고 주도적인 행복을 찾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내 인생 자체를 누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도록 이끌어 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책 <결국 해내는 아이는 정서지능이 다릅니다.> 내용 발췌
20대엔 취업, 30대에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해야 남들에게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런 구시대적인 슬로건은 날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물음표였다. 변한 게 있다면 딱 하나.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답을 찾을 때까지 맞서겠다고 결심한 마음이다.
“난 뭘하며 살아야 할까? 뭘 해야 행복할까?”
아이를 낳고 비로소 진심으로 깨달았다. 인생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해도 지금까지의 길이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면 못할 건 없다는 것을. 인생에 늦은 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과거의 경험 때문인지 아이들은 남의 시선, 환경에 상관없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본인이 흔들릴 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토닥일 줄 아는 아이로,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해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
정서지능이란 아이가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감정에 마주할 줄 알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이는 타인의 감정까지 잘 이해할 수 있다. 공감력이 높으니 당연히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무엇보다 내면을 살펴볼 줄 아는 사람은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차분하고 현명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결국 아이가 본인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긍정적 순환을 일으킨다.
학습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는 내가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동기부여가 확실할 확률이 높다. 훗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하기 싫다는 마음이 강하게 밀려와도 그 감정은 인정하되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 여러 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5분만 놀고 해야지, 아이스크림만 먹고 해야지, 신나는 음악을 들어야지 등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한 거다.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어떤 활동을 통해 정서지능을 기를 수 있는 걸까? 정서지능은 하루아침에 발달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일주일 최소 30분 1년 이상 지속했을 때 효과가 있다. 현재 내가 실천하고 있는 일부터 하원후 놀이 계획까지 아래의 글을 참고하면 좋다.
하원후 놀이 시작은 이것부터
정서지능 교육의 시작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부터라고 한다. 본인에 대해 잘 알아야 타인에 대한 공감력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도연이에게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게 어떤 감정이든 틀리지 않고 누구나 그렇게 다양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매일 아침 기분 물어보기
자고 일어나 조금 정신이 든 도연이에게 아침에 묻는다. 시간이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다면 등원 버스를 타러 가며 묻는다.
“오늘 도연이 기분은 무슨 색깔이야?”
“오늘은…. 분홍색?”
“설레는 분홍색이구나. 그럼 찐한 분홍? 연한 분홍?”
“음… 찐한 분홍이야 :)”
“우와. 도연이가 유치원 가는 게 정말 설레는구나? 좋다 좋다”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 최숙희 작가님의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아이가 색깔을 대답했다면 ‘음 그렇구나’하고 넘기지 말고 질문을 이어가면 좋다. 색깔의 농도는 어떤지 왜 그런 색깔을 느끼는지 등 질문을 통해 아이가 조금 더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원후 질문하기
하원후 ‘속상한 일은 없었어?’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응 없었어’다. 그런데 가끔 자기 전에 뜬금없이 유치원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을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아마도 하원후 내 질문이 발화점이 된 듯한 모양이다. 목욕을 하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즉각적인 대답이 없더라도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슬픈 일은 없었는지에 대해 질문은 꼭 하는 편이다. 언제 대답이 돌아오든 대화를 하며 그때 느꼈던 감정과 취했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할극도 가능하다. 아이가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면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다.
부모와의 놀이를 일상으로
직접적인 감정연습에 도움이 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놀이를 부모와 함께 하는 것도 아이의 안정적인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주일이 5일이라고 생각하면 종이접기, 보드게임, 책 읽기, 그림 그리기 혹은 만들기, 클레이 놀이, 놀이터만 반복해도 순삭이다. 날씨가 좋은 날엔 동생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 🙂 요즘 도연이가 푹 빠진 놀이는 공놀이다. 감사하게도 아래층 이웃이 맞벌이 가정이라 4-5시에는 뛰어다니는 게 가능하다. 탱탱볼을 던지고 차며 신나게 논다.
주말엔 아빠와 함께 놀러 가거나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계획하는 편이다. 키즈 카페보다 박물관, 전시회, 체험활동등을 선호한다. 딸기 따기나 땅콩 캐기 등 계절에 맞는 활동은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아이가 아프거나 날씨 때문에 외출할 수 없다면 미리 집에서 가능한 놀이 계획을 세운다. 평일엔 하기 힘들었던 미술놀이, 영화 보기 등 요즘엔 정보가 무궁무진해서 찾기 나름이다 🙂
하원후 엄마와 추억만들기
하원후 놀이, 정말 특별한 게 없어서 누군가는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가치관이 그렇다. 5-7살은 최대한 부모와 부대끼며 궁극적으로 아이가 주도적인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을 다지는 시기라고 믿는다. 가끔 주변을 둘러보면 과도한 사교육 정보에 휩쓸린 나머지 이런 일상의 것들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 어떤 아이도 처음부터 혼자서 잘 걸을 수는 없다. 부모와 연습 과정을 거쳐 비로소 혼자서도 씩씩하게 걷게 된다. 정서지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타고나는 것이 분명 있겠지만 부모와의 건강한 감정 교류를 통해 탄탄하게 자리잡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엄마 본인도 감정공부를 시작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 아무쪼록 6살 하원후 놀이, 거창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엄마와의 시간을 만드는 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