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어린이집 다른점만 찾다가 벌어지는 일

유치원 어린이집 다른점_도연이웃는얼굴

2022년 11월 도연이의 4살 가을, 내 스케줄 수첩에는 유치원 입학설명회 일정이 빼곡했다. 3살부터 도연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을 다녔다. 가정 어린이집은 4살까지밖에 다닐 수 없기 때문에 5살이 되면 기관을 옮겨야 했다. 먼저 근거리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리스트업했다. 전화문의를 통해 차량 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입학 설명회 일정을 안내받았다. 유치원 5곳, 어린이집 2곳, 숲 유치원 한 군데의 설명회에 다녀왔다.

흔히들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보육의 목적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성향상 활발한 아이이거나 내 아이가 기관에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부모에게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내가 직접 눈으로 환경을 보고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2023년 3월 5살이 된 도연이는 유치원에 입학했다.

난 왜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을 선택했을까?

유치원 어린이집 다른점? 내 아이의 성향 파악이 먼저

3, 4살의 도연이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만큼 조심성이 많고 예민했다. 적응이 느린 편이었고 신중해서 본인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았다. 4살이 되어 새로운 친구와 익숙해지는 데 반년 가까이 걸렸다. 가정 어린이집이라 규모가 작고 3살 때부터 매일 얼굴을 보던 아이들이었는데도 마음 편하게 친해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관에 보내도 걱정이라더니 정말이었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지는 않는지, 속상한 일이 있는데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는 건 아닌지, 마음 졸이던 날이 많았다.

다행히도 3, 4살 담임선생님이 같은 분이셨고 내 마음을 많이 헤아려주셨다. 아이 셋을 키워낸 경력으로 도연이도 알뜰살뜰 잘 챙겨주셨다. 이런 아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려니 더욱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유치원, 어린이집 할 거 없이 최대한 다양한 곳에 가서 분위기를 느껴보자 다짐했다. 두세 군데 입학설명회를 다녀보니 점점 내 나름대로의 평가 기준이 잡혔다.

  1. 원에 들어갔을 때의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따뜻, 포근한가
  2. 원장선생님이 설명회에 모습을 보이는가, 만날 수 있다면 첫인상과 유치원을 대하는 마인드가 어떠한가
  3. 일하는 선생님들의 근속연수가 어떠한가
  4. 기관의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고 깔끔한가
  5. 책을 좋아하고 체력이 약한 도연이에게 알맞은 스케줄인가
  6. 등하원 시간, 비용이 적당한가

2번 평가 기준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유치원의 주인이 원장 선생님인데 당연히 만날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입학 설명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원장님이 많았다. 유치원도 엄연히 자영업, 사업이다 보니 한 군데 이상 유치원을 운영하는 분들도 있었다. 실제 유치원에 상주하고 있는 분은 월급을 받는 대리 원장님이거나 부원장님인 것이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몸이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입학 설명회에는 얼굴을 보여주는 게 미래의 학부모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 그 기관의 주인이 어떤 마인드로 공간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데 그런 곳에 내 아이를 보낼 수는 없었다.

어떤 유치원의 3층 강당으로 가는 길, 책장에 가득 꽂힌 빛바랜 책들과 맨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들을 잊을 수 없다. 맘카페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보고 설명회에 간 건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빛바랜 책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까. 다만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거다. 색깔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변한 책에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손을 뻗을까? 교실만이 아니라 놓치기 쉬운 곳까지 섬세하게 관리하는 곳의 선생님들이 내 아이도 섬세하게 잘 돌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이 보육만 한다고? 승마까지 하던데…

내가 어린이집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 대비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원장님 및 원의 분위기가 별로였다”

어린이집이 보육+교육의 개념이라서 혹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내 아이와 맞는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나도 7세까지 다니는 어린이집에 방문하기 전까진 ‘어린이집=보육’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설명회에 가보니 유치원 못지않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었다. 내가 간 곳은 승마체험까지 있길래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집이 마냥 아이 케어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해 잘 정리해 놓은 영상이 있어 함께 첨부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교육에 중점을 두는 기관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공통으로 적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차이점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산하, 유치원은 교육부 산하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사의 ‘자질’에 대한 논란도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굳이 유아교육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사회복지학이나 평생교육원 등에서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은 교육부에서 발급하며 유아교육과를 전공해야만 딸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교사의 자질, 인성, 능력은 ‘자격증’의 문제가 아닌 교사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역 맘카페를 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두 곳을 놓고 고민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댓글을 살펴보니 맞벌이에 늦게까지 아이를 맡겨야 한다면 어린이집을 추천한다는 이야이가 많았다. 유치원은 방학도 길고 등하원시간도 규칙적이라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유치원은 아이를 살뜰히 케어해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생각이다. 어린이집의 등하원 시간이 더 자유로운 건 맞다. 유치원은 수업 형태로 진행되어 등원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원의 경우 내가 설명회에 참여한 어린이집이 더 빨랐다. 7시 반까지 남아있는 아이도 단 한 명이었다. 방학도 도연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여름, 겨울 각 일주일씩이라서 큰 부담이 없다. 아이의 케어 정도는 한 반의 인원수에 따라 달라지는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도연이 반은 17명 정도로 유치원 중에서 많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다정한 선생님들 덕분에 만족해하며 다니고 있다 🙂

결국 원마다의 차이! 엄마가 나서자.

결국 모든 건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가 아닌 원마다의 차이다. 아마 내가 갔던 어린이집이 지금 도연이가 다니는 유치원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면 난 그곳을 선택했을 거다. 명칭에 현혹되지 말고 그 안에 담긴 내용과 아이와 부대낄 사람들을 잘 살펴보자. 어린이집, 유치원 어디가 되었든 내 아이의 성향과 가족의 상황에 맞는 곳을 엄마가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최소 세 군데 이상은 다녀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세 군데 정도 다니면 어떤 곳이 우리 아이에게 잘 맞을지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 여기서도 해당된다. 첫 느낌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도연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그랬다. 들어가자마자 그리고 원장님을 뵙자마자 ‘아 여기다’ 느낌이 왔다. 거기에 영양 가득한 식사에 프로그램, 비용까지 모든 게 내 기준에 충족했으니 얼마나 만족스러웠겠는가.

이렇게 좋은 곳을 만난 것도 내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입학설명회에 다닌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 맘카페의 엄마들 이야기, 친한 친구 엄마의 추천 말고 아이 엄마인 ‘내 감’을 믿어야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아이에게 잘 맞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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