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했다. 내 몸에 무리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주말에 아이들을 집에 두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강행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들은 고척 돔구장에 있는 서울아트책보고로 향했다.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 30개월이 갓 넘은 둘째 아이는 껌딱지처럼 엄마를 찾으며 계속 무릎에 앉아야 안정을 찾았다. 예민한 엄마는 컨디션이 계속 떨어졌다.
‘책 읽어주세요’라는 행사에서는 6살에게 어려운 책을 선정해 읽어주었다. 첫째 딸이 지루해하며 시선을 자꾸 다른 곳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며 ‘망했다’라는 생각을 했다. ‘책 읽어주세요’ 행사를 목적으로 간 거라 더 아쉬웠다.
남편과 함께 한 외출이었지만, 사실상 혼자 육아를 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다. 행사에는 남편과 첫째 아이를 참여시키고, 나는 둘째를 데리고 책을 읽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인 내가 반드시 행사에 함께 해야 한다는 고집은 왜 피웠을까.
아마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엄마 없이는 쉽게 지루해하는 큰 딸, 그리고 나와 밀착되어 있지 않으면 어깃장을 놓는 막내아들과 사투?를 벌이다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 자신이 너무 못난 엄마인 것만 같아 속상했다.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한 말들에 감정이 날카롭게 서려있었다. 평소에는 감정을 말에 얹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나였는데… 내 부끄러운 감정들이 아이들 마음에 박혔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아까 그렇게 말해서 속상했어? 미안해. 엄마가 몸이 힘들어서 도연이를 잘 배려하지 못했어.”
그렇게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다. 아이들은 카시트에 앉은 채로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남편은 내게 눈 감고 좀 쉬면서 가라고 해주었다.
그의 말대로 눈은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시 한번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어리석게 육아의 책임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혼자 짊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육아에 대한 고집이 왜 이렇게 강한지 스스로도 의아한 일이다. 내 눈치를 보는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글을 쓰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든다. 다른 엄마들은 나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감정을 표출했을 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겠다면서 대책을 세울까.
육아라는 같은 단어 안에 묶인 엄마들이 각자 어떤 자기만의 방식대로 풀어가는지 궁금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