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둘째 아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옥죄듯이 조여있던 답답함은 여전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아이 감정교육 시간이 또 한 번 지나갔다. 아이가 흘렸던 눈물에는 어떤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을까. 앞으로도 온전히 아이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무력감이 몸을 휘감았다.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
문득 남편과 연애했을 때가 생각났다. 평소 우리 둘은 의사소통이 잘 되곤 했다. 그래서 거의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애를 하다 보면 가끔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꽉 막힌 벽에 나를 던지는 느낌이 드는 그런 날.
그렇게 1~2시간 동안 감정을 소모하고 나면 무력감이 들었다. 마침내 남자친구 입에서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되려 속상하고 답답했던 감정이 순간적으로 더 부풀어 올랐다.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듯이.
우리 같은 어른도 감정을 다룬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감정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감정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감정을 부드럽게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에 서 있다. 상황이 반복될수록 아이도 익숙해지겠지.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이라 해도 올바른 길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엄마라는 존재의 역할 중 하나이니까. 엄마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이들이니까.
엄마의 리액션이 아이 감정교육에 중요한 이유
아이가 감정을 엄마에게 던졌을 때 엄마의 리액션이 중요하다.
나는 아이의 짜증과 화에 공감해주지 않으려 한다. 자신이 엄마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 더욱 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려는 경향성을 보이니까. 자기감정을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 연속된다.
감정 조절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20대 초반까지도 계속 발달한다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기술임을 감안해 보면 우리 아이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이다.
엄마가 자기 상황을 공감해 주면 어떤 감정이 들까? 안도감, 서글픔, 억울함, 표현의 순서로 이어지겠지. 아이 울음이 커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엄마에게 혼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베이스로 안심하고 짜증을 낼 수 있게 되는 거니까.
네 짜증은 남의 눈치보면서 표현하지 않는거란다
폭발해 버린 아이의 감정은 스스로가 가라앉혀야 가장 좋다고 믿는다. 기다려 주었다. 아이를 믿으려 노력했다. 아이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엄마는 기다려주겠다고 말했다.
“네가 조금 진정되면 이야기할거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은 꺼내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이의 감정이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견했다. 마음 깊이 충분히 칭찬해 주었다.
“혼자서 진정하려고 노력했구나. 우리 아기 대단하네”
둘째 아이 얼굴에 옅은 미소가 배어 나왔다.
당연히 이런 과정은 반복되겠지. 하지만 괜찮다. 나도, 아이도 서서히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갈 테니까.
이제 막 감정 조절의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엄마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올곧게, 착하게, 성실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아이와 엄마가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속도가 느린 건 당연하다.
서두르지 않고, 아이를 믿으면서 한 걸음씩 함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