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딩크족 후회 아이둘을 낳은 이유에 대하여

딩크족 후회 안 할 자신 있으면 괜찮아.

1987년 4월 13일 토끼띠. 난 33살에 첫째 도연이를 낳았고 36살에 둘째 도준이를 만났다. 요즘엔 애 둘만 낳아도 다자녀 혜택을 꽤 많이 받을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땐 애 둘이 당연한 세상이었는데. 그만큼 애를 키우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난 임신 고민을 하는 지인들에게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애 키우는 거 힘들지… 체력도 힘들고 돈도 들고… 근데 애랑 같이 내가 성장하는 걸 느낀다? 진심으로 열심히 살고 싶어져. 그리고 정말 행복해!”

라고.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애를 낳아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이야기를 나누어도 좀처럼 고민 해결을 못할 땐 질문 하나를 던진다.

“너, 딩크족으로 살아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미련 없이 잘 살 수 있겠어?”

내 친구가 시험관을 결정한 이유

살까 말까 들었다 놨다 수백 번. 쇼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여자라면 좋아하는 물건을 앞에 두고 이런 고민은 수도 없이 한다.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결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머릿속에서 둥둥 눈앞에서 아른아른, 결국 다음날 다시 가게를 방문한다. 다시 보아도 어제 그 느낌이라면 물건을 구매한다. 반대로 어제와 같은 감흥이 없다면? 충동적인 감정이었음을 인정하고 구매하지 않는다. “어제 안 사서 잘 했다. 돈 굳었어!”

물건을 구매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기쁨이며 구매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건 절약이다. 그런데, 삶에서 이런 룰이 적용되지 않는 게 단 하나 있다. 바로 ‘임신’이다. 아이는 내 뱃속에서 나오기 전까지 볼 수가 없다.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12달이 지나서야 확인할 수 있다. 사고 싶었던 물건처럼 오늘 보고 내일 또 보며 고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단칼에 고민을 접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아이 고민은 낳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까.

내 친구는 최근 시험관을 결정했다. 이제 결혼 3년차. 부부 모두 아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았는데, 어느샌가 주변 친구들이 아이 낳는 것을 보며 ‘애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부부 모두 젊기에 당연히 임신이 되겠지 생각을 했는데 자연임신이 되지 않았고, 결국 난임병원을 찾았다. 임신이 되지 않는 분명한 원인은 없었다.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다고 했다. 아이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해보지 않으면 나이가 들었을 때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딱 세 번까지만 시도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난 잘한 결정이라고 친구를 토닥였다. 아이를 낳는 것과 딩크로 남는 것. 정답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사람은 선택에 맞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딩크의 삶을 선택했을 때 더 굳은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본인을 자책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 아이를 보아도 무너지지 않을 결심, 부부 둘만의 삶에 무료함이 찾아왔을 때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는 의지 등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고비고비를 분명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성향 자체가 아이를 좋아하지 않거나 개인의 발전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 아이를 낳는 것이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남인숙 작가님은 딩크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영상에서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나 반대로 머릿속에서 아이의 생각이 떠나지 않거나 나이가 들었을 때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위에서 이야기 한 내 친구처럼 한 번쯤은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힘들지만, 생각보다 행복하다.

딩크로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많이들 하는 말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게 싫다’이다. 나도 이런 말 때문에 아이 낳기가 무서웠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아이=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체감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아끼기 위해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왜 그런 모습은 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는 걸까? 실제로 우리 집은 외벌이에 나와 남편은 8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아마 ‘미쳤다’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우연하게 임신한 거 아니냐고? 놀랍게도 아이 둘 모두 철저하게 계획하에 낳았다…! 아이를 계획하며 우린 체력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더 단단해지기로 다짐했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기 전, 도연이를 낳았을 때, 도준이를 낳았을 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단단해지고 있다. 난 아이가 일어나기 전 시간을 활용해 30분 홈트를 하고 남편은 주 3회 러닝을 뛴다. 식사에도 신경 쓴다. 그리고 부동산 공부를 시작해 작게나마 부동산에 투자도 했고 여러모로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하기 위해 자기계발 공부도 하고 있다.

딩크족 후회 아이들이랑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행복한 시간

내 목표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수입원을 만드는 거다. 만약 열심히 했는데도 이루지 못한다면? 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아이들은 무거운 책임감이기도 하지만 화력이 센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물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낳는 게 꼭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도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경제적으로 나아질 의지가 있고 올바른 방법을 선택한다면 지금보다 더 윤택해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장난감, 사교육 등에 얼마의 돈을 들이느냐에 따라 경제적 윤택함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면 된다. 그러니 딩크족으로의 결심에 ‘아이=돈’이라는 인식이 큰 파이를 차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적 어려움, 자유 없는 삶, 체력의 한계 등 내가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냥 다른 사람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 나도 애둘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쪼이고 자유가 없어졌고 체력도 힘들다. 애둘을 낳으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 때도 많다. 그러나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나를 발전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니까! 아이가 주는 힘은 상상 이상이다. (외벌이에 8살 나이 차이 나는 남편과 살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이상, 애둘맘의 이야기였으니 조금은 믿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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