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육아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남편육아 덕수궁에서 남편과 아이들

4살 아이를 키우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과 살림 문제로 다퉜다고 했다. 남편은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쉴틈없이 꽉 채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집안일 참여도는 0이었다. 남편이 힘든 건 알고 있지만 지인도 하루종일 일, 육아에 시달리면 밤 9시가 넘어서야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느날은 남편에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웃으며 남편이 말하길.

내가 200만원 더 벌잖아? 그러니까 살림은 너가 맡아서 해야지.

돈 더 못 벌면 집안일 많이 해야하는 거냐며 지인은 하소연을 했다. 돈도 본인보다 많이 버는데 집안일까지 도와주기를 바라는 내 지인이 욕심을 부린걸까? 아니면 돈도 벌고 살림, 육아까지 모두 맡아주길 바라는 남편이 잘못된 걸까?

남편육아 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부탁한 게 왜 잘못이야. 육아는 그렇다 하더라도 살림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근데 남편은 왜 저렇게 말했대. 말이라도 예쁘게 했어야지… 근데 저 말 진심이었을까? 혼자 속상해말고 남편이랑 얘기 좀 해 봐”

아이를 키우면 아무래도 둘이 살 때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신적, 체력적인 에너지가 부족하다보니 날선 말들이 오가기 쉽고 알맹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좀처럼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대화 시간을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하는 것 같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 부부 공통의 육아 가치관과 가정의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울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각자 어떤 방식으로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야 서로 이해를 할 수 있고 다투더라도 금방 화해할 수 있다고 본다.

지인의 경우도 부부간의 대화 부족이 문제가 되어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남편이 평일, 주말, 야근 가릴 거 없이 일에 매진하는 이유를 알고 그 부분에 동의한다면 힘들어도 본인이 100% 집안일을 맡아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그렇게까지 몸을 혹사시키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라면 더 깊게 남편과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남편의 말투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육아 2023년 덕수궁 단풍

우리 부부도 도연이를 낳은 후 얼마 동안은 자주 다퉜다. 7년이라는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쳤음에도 다른 성별과 성격에서 비롯된 본질적으로 다른 가치관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단 하나. 화목한 가정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목표로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모든 대화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고구마를 먹은 듯 속이 답답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대화의 시간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7년이 지난 이제서야 오롯이 남편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게 됐다. 내가 썼던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피곤함과 맞바꾼 남편과의 대화 시간

매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좋다. 서로의 피곤함은 조금 묻어둔 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육아 이야기도 좋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힘든일이 있었다면 그 감정을 나누어도 좋다고 본다. 단,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에 날선 질문을 한다던지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삼가도록 주의를 기울이자. 본인 생각과 다르더라도 일단 듣고 공감을 표하면 상대방은 만족스러워 할 확률이 높다. 공감과 인정이 기본이 된 대화여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강점테스트를 통해 몰랐던 상대방의 강점 찾기

유명한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인 오은환님을 통해 알게 된 강점테스트 북을 구매했다. 테스트를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평소 남편이 특정 상황에서 왜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그런데 그래서 나한텐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강점을 알면 이를 육아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아이 훈육을 했을지 물어볼 때가 있는데 의외로 ‘오~’하게 되는 포인트가 많아서 놀라곤 한다.

3. 중요도를 고려한 역할 설정

남편은 보통 아침 9시 반에 나가 밤 8시에 돌아온다. 그래서 아이들의 아침 등원은 도와주지만 하원 후 아이들의 저녁과 목욕은 오롯이 내 담당이다. 집안일은 바닥과 화장실 청소 외에는 부탁하지 않는다.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불만은 없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역할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툴고 느린 집안일을 하느니 퇴근 후 아이들과 질 높게 놀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아이들 정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집안일은 소홀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육아 참여에 소홀한 아빠가 있다면 아래의 영상을 꼭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4. 더하기보다 빼기

집안일에 재능이 있는 남편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아내에 비해 서툴고 느린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럴 땐 무언가를 계속 부탁하기보다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부탁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남자들은 본인 일 외에 너무 많은 걸 머릿속에 입력하면 과부하가 걸려 버벅거리기 쉽다. 이런 이유로 나 역시 집안일은 딱 두 가지만 부탁했다. 그대신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은 꼭 지켜주기를 당부했다.

  • 아이들과 거실에 함께 있으면서 혼자 소파에 누워있지 않기
  • 아이들 놀고 있는데 혼자서 핸드폰 하지 않기. 해야 한다면 최소한으로 하기
  • 몸놀이는 아빠가 담당하기

환상의 호흡 남편 자랑 좀 할게요.

아이들의 깔깔깔 웃음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릴 수 있는 건 남편이 유일하다. 말장난을 좋아하고 음악만 나오면 유연하게 몸을 들썩거리는 남편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웃음 코드다. 아빠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 도연이, 도준이 순서로 함께 춤을 춘다. 음악의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센스있게 말을 잘 받아쳐서 아이들의 엉뚱한 이야기에 본인도 엉뚱하게 받아친다. 이걸 듣고 아이들은 또 꺄르르. 의미없는 이야기가 많지만 아이들의 언어 학습 발달에는 분명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 본인은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장난감 포스기에 붙어있는 마이크로 이야기하며 아이들만 움직이게 만든다든가 블럭을 쌓지 않고 팽이처럼 돌리며 놀기도 한다. 혹은 타요 미끄럼틀에서 타고 내려오는 부분만 분리해 양탄자라며 태워주거나 소파에 설치해 놀이기구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내 기준 기발한 방법으로 놀아주는데 아이들은 이걸 참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감정기복이 크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깊다. 이건 내가 남편을 배우자로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도 ‘정말 큰 강점이구나’하고 느낀다. 예민하지 않고 무던한 편이라 아이가 불편한 모습을 보여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다. 나는 얼른 그 불편함을 해결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날 차분하게 만들어주니 많은 도움이 된다. 나도 남편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육아동지의 결점이 아닌 강점을 보려는 마음이 중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부부간의 대화는 필수다.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다툼은 적어지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강점에 대해 알게 되고 역할을 정했다면,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바라는 순간 서운함은 생기고 관계는 어긋날 수 있다. 내가 잘하는 건 내가, 남편이 잘하는 건 남편이 하면 된다. 현재 상황에서 남편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느껴진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토닥여주자.

아이를 키울 때도, 자기 계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점이 아닌 아이의, 나의 강점을 보는 것. 부부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남편의 육아, 집안일 참여도가 낮아 고민이라면 우선 남편의 결점이 아닌 강점을 찾는 것 부터 시도해 보면 어떨까? 남편과 대화를 하며 갑갑함이 자주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해야만 한다. 왜? 유일한 육아 동지니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